살아 있는 생명체는 끊임없이 생존하고 번식해야만 하기 때문에 진화를 통해 최적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있다. 발전소 기술자들처럼 진화도 생물의 작동을 멈출 수는 없으며, 때문에 그 결과는 옛 기술에 새로운 기술을 쌓아올리는 것처럼 꼴사나운 것이 되곤 한다. 예컨대 인간의 중뇌는 아주 오랜된 후뇌 위에 말 그대로 얹혀 있으며, 이 두 뇌 위에 다시 전뇌가 얹혀있다. 이렇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옛 체계 위에 새 체계가 얹히는 썩 아름답지 못한 과정을 앨먼은 '기술들의 누진적인 중첩'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의 최종 산물은 클루지가 되기 쉽다.
_개리 마커스, [클루지]


'나는 [클루지]라는 책을 읽은 뒤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이건 심리적 오류가 아닐까' 항상 생각하게 되었고, 남들의 실수를 볼 때면 '저건 클루지야' 생각하며 판단력을 고쳐나갔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는 중요한 결정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드물어졌고 사업과 인간관계가 잘 풀리기 시작했다. 고칼로리 음식 앞에서 침이 고여도 '이건 내 오래된 유전자의 장난이야'라고 생각하며 참았고, 사업상 라이벌이 나타나도 저지르는 온갖 잘못과 결례를 잘 참아낼 수 있었다. 누가 나에게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내도 '아 , 저 사람은 클루지에 좀 심하게 감염되셨네. 평생 저러고 사실 텐데 어떡하나' 하고 편하게 넘길 수 있었다. 젊고 멋진 남성을 만나도 쓸데없는 경쟁심에 불타오르는 대신 장점을 관찰해 배울 수 있었다. 사업상 입은 작은 손해는 아낌없이 제때에 손절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두가 매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건 아니다. 머릿속에 늘 클루지라는 단어를 넣고 다니면서 나와 남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_자청,[역행자]

역행자가 되기 위해 내면의 변화를 위해 인간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가장 핵심이다. 인간이 느끼는 기본 욕구들은 전부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해 시키는 것이고, 내면의 모든 변화는 이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위의 자청님의 이야기에서 많은 유전자의 오작동을 발견할 수 있다. 고칼로리 음식은 생존을 위해 우리가 있는대로 먹어야 생존이 가능했던 원시시대의 먹는 욕구이다. 동물적인 본능과 젊은 남성에 대한 경쟁심은 원시시대 본인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다른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나오는 유전자의 오작동이다. 또, 인간의 유전자는 손실 회피 편향이 있고, 작은 손해가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되돌아보기 위해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아빠는 굉장히 부성애가 강하고 나의 10대, 20대 시절에는 세계관의 70% 이상 차지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유류의 뇌, 인지적 편향, 새로운 경험에 대한 오작동--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아빠는 클루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었고, 현재 진행중이다. 아빠는 부성애가 강했지만 화가 나면 욕설과 폭력을 쉽게 발휘했다. 특히 운전할때나 엄마와의 갈등에서 그런 기조가 크고 쉽게 발휘했다. 하지만 '나'에게 만큼은 최선을 다해 사랑을 베풀어주셨다. 본인 생각에 더 나은(편한) 길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시했고, 어려운 길은 피하고 쉽게 살길 바라셨다.
20대 시절 병역의 의무를 선택할 때 공군 장교라는 길을 제시했다. 안정적이고, 추후 진로에서 취업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본인이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거에 대한 대리만족인 것 같다.)
특히 "안돼"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더니 "안돼, 그 시간에 지금하고 있는 학교 공부를 전념하라고 하셨다." 공군 장교로 복무중에 단기장교로 제대하는 것을 원한다고 했더니 "안돼, 사회 나오면 취업하기도 힘들고, 거기 그냥 있어."라고 하셨다. 장교 제대 후 대기업에 취업을 했고, 펜대믹 시대에 주변 장기 복무 육군 장교들(사촌들)이 하는 힘든 이야기, 제대했다 or 제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대하길 잘했다"고 하셨다.
19년~20년 장교시절 모은 돈으로 전세를 살고 있었는데,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살까 고민중이라고 했더니,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시며 "안돼, 그 돈은 깔고 있어야 차근차근 돈을 모을 수 있다. 집값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하셨다.
또, 대기업 직장인으로 미래가 안 보인다고 이직이나 사업같은걸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안돼, 어디서 널 뽑아주기나 하니? 지금같은 시대에 거기 있는게 최고 안정적이다."라고 하셨다. 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걸 듣고 굉장히 불안해 하셨다.

'남탓' 보호기제가 심했을 때 나는 위의 아빠의 모습을 굉장히 원망했다. 그러나 사실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유전자가 시키는대로 충실하게 나에게 얘기하셨던 것 뿐이었다. 인지적 편향이 발동해 알 수 없는 길에 대해 무서워하셨던 것 뿐이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오작동이 발동해 변화하지 말라고 외쳤던 것 뿐이었다. 또, 거기에 더해 손실 회피 편향이 발동해 집값이 떨어지는 상상만 해도 공포스러우니 나에게 전세를 깔고 앉아 있으라고 하셨던 것 뿐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위의 오작동에 대해 무지했다. 아는 것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보호기제가 발동해 직장생활에 대해서 어려움(평판 오작동)을 느끼거나 부동산에 대한 FOMO or 하고 싶은거 못하고 착실히 돈을 모았던 20대라는 시간에 대한 박탈감을 느낄때면 '남탓(아빠탓)'을 했다. 사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무지에 대한 무한한 책임이다.

유전자 오작동을 이기는 역행자의 사고방식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이야기하는 '꼰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 회사의 경우 연령으로 따지면 역피라미드 구조이고, 평균연령이 40 중반에서 50 초반은 될 거라고 추측한다.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원시시대의 부족 구조와 같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평판 오작동이 쉽게 발동되는데, 이 때 실력이 없어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은 인정받기 위해 꼰대가 된다. 본인 생각이 모두 정답이고, 회식이나 어떤 자리에서 본인 얘기만 주구장창한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질문이 없다.
또, 회사에서 위의 세대와 젊은 세대간에 화합을 위해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을 팀장들에게 읽게 하고, MZ세대에 대한 이해를 위해 꼭 MZ라는 단어를 넣어 교육에 열의를 올린다.
MZ라는 단어에 연상되는 특징들은 '끈기가 없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한다.', '개인주의가 강하다.' 등이 있다.
세대간 화합을 위해 MZ세대를 이해할 것이 아니라 유전자 오작동을 이해해야 한다. 꼰대나 MZ세대나 유전자 오작동 본질은 같다. 모두 생존을 위해 발휘되는 유전자 오작동의 결과물일 뿐이다. MZ세대는 한 직장에서 오래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평판보다는 오래 다녔을 경우 생기는 기회비용, 즉 손실 회피 편향이 강하게 작동한다. 또,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지적 편향(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로 마치 굶어 죽을 것 처럼 무엇인가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사실 굶어죽지 않는데 말이다.

이러한 유전자 오작동을 이기고 오히려 이것을 이용해야 역행자의 삶을 살 수 있다. 내 생각이 말하는 것이 과연 유전자의 오작동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또, 이렇게 글을 써보니 클루지, 인간 유전자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클루지', '이기적 유전자' 라는 책을 읽을 예정이다.
앞으로 사업가로서의 길을 갈 것인데, 마케팅이나 영업을 할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휴리스틱(감정에 치우쳐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공부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한다면 유전자 오작동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역행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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